저가제품 뒤의 추악한 진실…아동 착취

[뉴시스 2007-04-23 17:54]

"영국에서 구입한 저가 자수 브라우스에 인도 어린이들의 피눈물이"

영국 유명 브랜드숍에서 팔리는 저가 의류들이 인도 어린이들의 노동력 착취의 산물로 밝혀졌다고 영국 옵서버가 22일 보도했다.

옵서버는 인도 뉴델리 북쪽 하리아나주의 의류공장을 기습 취재한 결과, 영국 대형 의류회사들의 제품들이 이곳에서 아동 노동력 착취를 통해 염가로 제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저가의류에 대한 수요 증가와 해외 수주업체에 대한 관리 부실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 무임금에 연중무휴…착취 당하는 인도 빈민 어린이들

옵서버가 찾은 이 공장의 아이들은 영국 브랜드 '셀렉트(Select)'의 250여개 점포에서 약 16.99파운드에 팔려나갈 여름옷의 마무리 작업에 분주했다.

이곳에서 4개월째 견습으로 일하고 있는 샤피크는 나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처음에는 14살이라고 대답했다가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은 11살"이라고 고백했다.

샤피크는 "파트나에서 열차를 타고 다른 40여명의 아이들과 함께 이곳으로 왔다"며 "가족들은 내가 델리에서 일한다는 것만 알고 있지 이렇게 고생하는 줄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수습으로 일하는 지난 4개월 간 임금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며 "공장주가 나를 위해 지불한 생활비만 갚고 나면 곧 집에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견습이라는 이유로 무임금으로 일하고 있는 또 다른 소년, 프라케쉬는 13살이라고 고집했지만 주변 동료들은 그가 9살이 될까 말까라고 말했다. 등과 다리에 채 아물지 않는 상처자국이 가득한 그는 이것이 체벌 때문에 생긴 상처는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다.

프라케쉬는 "잘 곳이 있는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며 "일은 고되고 무거운 짐을 나르느라 등은 아리지만 내가 벌어올 돈만 기다리고 있을 부모님을 생각하면 그만 둘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장 관리자로부터 이곳을 도망친 소년이 감옥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나는 감옥에 가고 싶지 않다"고 도리질쳤다.

한편 자사의 제품이 이곳에서 제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받은 영국 회사 셀렉트는 "우리 상품들이 아동 노동력 착취 공장에서 제조된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라며 "하청업체를 실사 방문했을 당시에 어린이들은 없었다"고 말했다.

▲ 英의류업체 "하청업체가 사실 은폐"

옵서버의 조사 결과, 셀렉트가 하청을 준 인도 의류회사 '마젠타(Majgenta)'는 마지막 손질이 필요한 자수작업을 인도 내 또다른 하청업체에 수주했으며 이 과정에서 아동 착취가 개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마젠타 측은 인도 내 하청업체들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겠다고 약속하며 "영국에 수출되는 제품 중 2%만이 자수 작업을 필요로 했으며 대부분의 수출 상품들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 제조됐다”고 강조했다.

마젠타는 이어 엄격한 심사를 통해 적법한 업체들에게만 하청을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아동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곳 공장관리자는 "계약은 구두로만 이뤄지기 때문에 어떤 자료도 남지 않는다"며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공장 아동들 모두 잘 먹고 잘 자고 있으며 다른 곳보다 노동자 처우는 좋은 편이다"라고 말하며 "이들은 노예가 아니라 가난한 가족들을 위해 일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제조되는 제품들 중에는 영국 버닝험 소재 의류브랜드 '로먼 오리지널스'의 제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로먼 오리지널스 역시 하청업체 답사 당시에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며 "하청업체가 또 다른 업체에 하청을 주면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셀렉트와 로먼 오리지널스 모두 하청업체들의 근무환경을 면밀히 조사하고 어린이들이 착취당하고 있는 공장과의 계약을 즉시 파기하겠다고 약속했다.

▲ "생산절차 무관심한 소비자도 책임"

그러나 세계적 아동보호단체인 '아동 노동반대 세계 행진'의 부완 리후 변호사는 "원가 절감을 위해 인도에 하청을 준다는 발상 자체가 아동 착취를 묵인한 것"이라며 업체들의 이 같은 조치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PR행사'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리후 변호사는 "인도 경찰과 당국들이 최근 몇 달 간 구출한 아동 노동자들만 수백명에 달하지만 이는 거대한 아동 착취 시장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경찰들이 제보를 받아 출동할 쯤에는 업체들이 어린이들을 모두 철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어린이 노동 착취 현장을 고발하는 인권 운동가들이 탐사 과정에서 목숨을 잃거나 생명의 위협을 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여서 제보 건수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델리의 아동재활센터 '다야난드 실파 비달라야'의 공동 설립자, 세오타지 싱 교수는 "유럽에서 저가 상품의 수요가 늘어날수록 업체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제 3세계 노동시장에 대량주문을 줄 수밖에 없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아동 착취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소비하는 제품이 어떻게 생산된 것인지에 대해 무심한 소비자들이 이 같은 어린이 착취를 부추기는 공범자”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진하기자 nssnater@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