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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82
카테고리 뉴스
제목 인도네시아 농장 노동자들 할당량 쫓겨 어린자녀들 투입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자 2017-02-07
조회수 98
아동노동 철저하게 감시한다고?


 인도네시아 농장 노동자들 할당량 쫓겨 어린자녀들 투입… 관리자 ‘암묵적 허용’

한국인들은 팜유 열매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지만, 거의 매일 팜유를 먹는다. 시중에 나온 라면, 과자, 초콜릿, 커피믹스 중에 팜유가 포함된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팜유의 원산지 중 한 곳이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 있는 팜유 농장에서 현지인 노동자들이 팜유 열매를 딴다. 열매를 가공해 기름을 짜는 동안 들어가는 화학물질 때문에 일하다가 숨 쉬기 어려울 때가 있다. 가끔은 무거운 열매에 맞은 노동자가 실명하는 등 사고가 터진다. 코브라가 농장에 나타나 노동자들을 위협할 때도 있다. 인도네시아 팜유 농장에서 초등학생 등 미성년자들이 일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들의 실질적 고용주는 한국인이다. 

2016년 12월 28일, 기업인권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서울 종로구 걸스카우트회관에서 ‘해외 한국기업 인권실태 조사보고서’ 발표회를 열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PT 간다에라 팜유 농장을 찾은 네트워크 활동가들은 현지 노동자들로부터 아동인권 실태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한 노동자는 네트워크 활동가에게 “토요일마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과 함께 와서 일을 한다. 그래야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PT 간다에라의 지분 60%를 소유한 대주주는 다름 아닌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2008년 인도네시아 기업으로부터 PT 간다에라, PT 이넥다를 인수했다. 이들 자회사는 서울시 면적의 약 40% 규모의 팜오일 농장을 경작하고 있다. 두 회사의 2015년 팜유 열매 생산량은 약 34만4000톤이었다. 

2016년 11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팜유 농장에서 미성년자 아들이 아버지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함께 일하고 있다. / 공익법센터 어필 제공
2016년 11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팜유 농장에서 미성년자 아들이 아버지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함께 일하고 있다. / 공익법센터 어필 제공

열매 수확, 제초제 살포, 잡초 제거 등 궂은 일 

네트워크가 인도네시아 현장을 방문하기 전, 삼성물산은 네트워크에 ‘아동노동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냈다. 대리출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지문인식기를 쓰고 있으며, 관리자들과 경비들이 지속적으로 순찰한다는 것이다.

네트워크가 현장에서 보고 들은 바는 삼성물산의 답변과 달랐다. 한 노동자는 “노동자들이 하루 할당량을 맞추기 위해 아내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데리고 온다. 쉬는 날에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이 부모의 일을 돕는다. 3~4살짜리 자녀를 데리고 들어온 노동자도 봤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자녀들이 내 일을 도와준 지 2~3년 됐다. 아이가 16살이었을 때는 관리자로부터 숨겼으나, 17살이 된 이후에는 관리자도 일하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노동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아동노동이 발생하는 원인은 ‘1일 할당량’으로 보인다. 하루 850㎏을 채워야 하는데, 건기처럼 일감이 적은 시기에는 아이들이 농장일을 돕지 않으면 할당량을 맞추기 어렵다. 할당량을 맞추지 못하면 월급이 깎인다. 부모와 함께 현장에 투입된 미성년자들은 열매 수확, 제초제 살포, 잡초 제거 등의 일을 한다.

네트워크 활동가들은 PT 간다에라 농장에서 아동노동은 일상과도 같았다고 말한다. 네트워크가 만난 팜유 노동자들은 아동노동에 대해 물어봤을 때 숨기려는 기색이 없이 활동가들에게 설명했다. 관리자들이 아동노동 여부를 감시한다고는 하지만 농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큰길에서만 감독한다는 증언도 있다. 할당량 때문에 암묵적으로 아동노동이 허용되는 상황이었다.

인권단체가 조사를 나갈 때마다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일터에서는 아동노동이 발견됐다. 2013년 공익법센터 어필 등 네트워크 소속 활동가들은 국가인권위의 연구용역을 받아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인권실태를 조사했다. 당시 조사에서 미안먀, 우즈베키스탄 등지의 한국기업이 아동노동을 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듬해부터 3년간 네트워크가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해외진출 한국기업 인권실태 조사에서도 아동노동 사례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아동노동과 더불어 해외 한국기업의 인권문제 중 가장 흔한 것이 노동자들의 기본권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2016년 11월 인도네시아 PT 간디에라 농장을 현장조사하기도 했다. 그는 “몇 년간 활동하면서 해외 한국기업들이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을 많이 봤다. 노조 활동가들이 조금만 움직이려 하면 해고 등으로 탄압하고 그나마 노조가 있어도 어용노조인 경우를 공통적으로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발표회에서도 현지 노동자들이 해외 한국기업으로부터 폭력, 인격모독, 화장실 통제 등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보고서에서 네트워크는 멕시코에 있는 삼성전자 TV 생산공장 노동자들, 오성(LG전자 협력업체) 노동자 20여명을 인터뷰한 자료를 실었다. 한 오성 노동자는 “이씨 성을 가진 한국인 매니저는 생산라인에서 불량품이 나오면 노동자들의 코를 잡아당기며 모욕을 준다. 그 이씨가 생산라인에서 물건을 집어서 얼굴에 던지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멕시코인 매니저가 신입노동자에게 “일을 잘못한다며 소리를 지르고, 뚱뚱해서 일을 제대로 못한다, 못생겼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있다. 네트워크가 만난 13명의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전원 주당 노동시간이 60시간을 넘으며, 최대 69시간에 달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화장실 가는 것도 하루 두세 번만 허락된다고 말했다. 

인권침해 기업들 사법처리하는 것 쉽지 않아 

김 변호사는 인권침해 기업들을 사법처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 그는 “한국 형사법의 처벌 대상은 사람이고, 기업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다. 이론적으로 따지면 불법을 저지른 현지의 한국인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기업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람을 특정해야 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외국에 있는 상황이라 기초적인 조사를 하기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직접적인 처벌이 어렵다면 자금줄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인권침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도 있다. 2013년 인권위 연구용역보고서는 인권침해 사전예방 방식의 첫 번째로 공공기금이 인권에 기반한 투자를 할 수 있게 지침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스웨덴의 공적연금법은 투자활동 시 환경이나 윤리적인 고려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명시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스웨덴 국민연금 윤리위원회는 인권, 노동법, 환경 등에 대해 문제를 일으킨 기업을 투자대상에서 제외할지를 결정한다.

실제로 윤리적 고려에 따라 투자가 철회된 경우도 있다. 자산규모가 1000조원을 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2015년 8월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한 투자를 철회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인도네시아 팜유 농장을 개발하면서 산림을 파괴했다는 이유에서다.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의 대주주라는 이유로 마찬가지로 투자대상에서 빠졌다. 한화와 풍산은 비윤리적 무기로 알려진 확산탄(집속탄)을 생산한다는 이유로, KT&G는 담배를 제조한다는 이유로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투자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적 기금이 ‘윤리적 투자’를 하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 특이한 일이 아니다. 2000년 영국이 연금법에서 투자대상의 선정 등에 있어서 사회·환경·윤리적인 고려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공시하라고 한 것을 시작으로, 프랑스, 독일, 스웨덴, 벨기에 등 주요 선진국들이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도 2015년 1월 국민연금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투자대상에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갔을 뿐 공시의무 등 강제규정은 아니다.
 
있는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OECD 가입 이후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 예방 및 구제를 위해 국내 연락사무소(NCP)를 설치했다. 담당부서는 산업자원부다. 다국적기업이 OECD의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면 NCP에서 조정·중재를 한다. 김 변호사는 “일례로 우즈베키스탄의 대우인터내셔널 자회사에서 성인과 아동의 강제 노동에 연루된 목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NCP에 제소했지만 사전심사에서 각하됐다”며 “NCP가 그나마 기업을 규제할 수 있는 장치인데, 이것부터 제대로 기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701031459451&code=115#csidx589bca2f65e86ac9e7cfb9acfd07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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